율의 성장 일기 1

여전히 내 눈에는 아가같은 율이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주일.

방송실에서 함께 고생하는 지체가 하반신 마비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배가 끝나고 율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중환자실이라 면회가 제한적이라 얼굴만 보고 나와 주차장을 향하는데..

율이가 내게 묻는다.

“아빠! 삼촌 많이 아파요?”

“아빠는 잘 모르겠어. 율이가 아빠랑 같이 기도할까? 삼촌 빨리 병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그러자 율이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대답한다.

“삼촌이 너무 불쌍해요! 아빠 삼촌 위해서 우리 오늘 꼭 기도해요.”

내 눈에는 아직도 아가 같은데…. 이 아이는 마음과 생각이 벌써 누군가를 걱정할줄 아는 만큼 성장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과자를 한껏 먹고, 쓰레기를 아빠에게 건네주는 오만방자한 행동을 하지만 행동과 다르게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만 하다.

아이는 그 생각과 감정을 한껏 키워가고 있는데 아비인 나의 시간은 멈춰있는 착각 속에 산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지만 내 생각과 감정은 지금 보다 더 어린 시절의 아이만 기억하려는 것 같다.

그 제한을 부수는 순간이 율이와 내가 마시지 않는 술이라 하더라도 한잔 받아 놓고 인생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은 요즘이다.

여름 휴가 2.

한낮의 무더위에 지치고, 밤에는 폭염으로 늘어지는 요즘이다.

아이에게는 날씨가 의미 없고, 그저 해가 뜨고, 진 것으로 자신의 할 일과 놀이를 탐구하는 것이 전부인 요즘이다.

양평 처가에서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율이가 엄마에게 말한다.

“다음에는 큰 삼촌, 작은 삼촌, 숙모 형아, 누나들 모두 할머니 집에서 사진 찍었으면 좋겠다.”고…

아들의 마음에 점점 작아지는 이유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아이의 입으로 먼저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으로서 어른다운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내내 율이는 고모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는다. 율이의 방학 일주일은 그렇게 웃어른들과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이 되었다.

양평 처가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시는 장모님을 따라 산책을 나가는 율.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아내는 여러번 울컥 했다고 한다.
아이의 인성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여러가지 활동을 시켜 볼까도 했지만 아내와 내가 선택한 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 아내와 나는 한달에 많게는 10번 이상씩 본가를 다녀가고, 한국에 귀국하고 격주마다 양평을 내려 오기도 했다. 그저 찾아뵙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을 뿐인데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내 자식 하나만 잘 키우면 될까?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들로 산으로 다녔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 화장실이 몇 개인지? 또는 친구의 집이 몇 평인가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부모의 영향이겠지… 싶다가도 덜컹 율이도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는 것이 일이 되었다.

설빙에서 3

아내와 가까운 교회 집사님이 보내주신 쿠폰. 율이는 “까페가요?”를 반복하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한다. 이 날 뿐만 아니라 차를 타면 “할머니 집에 가요?”, “고모한테 가요?”, “우리 어디가요?”로 자신의 궁금한 것들을 표현하려 한다.

설빙에서 2

설빙에서 1

입추(立秋)가 지났으니 볕은 따갑고, 바람은 선선해 지겠지? 벼는 점점 누런 머리를 들어내며 익어갈 것이고, 우리 집 하천 어귀에는 코스모스와 잠자리가 날아다닐 때가 오겠지. 여름 휴가가 끝났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뜬구름 잡듯 둥둥 떠다니고 있다. 생각을 바로 잡아 굳건히 해야할 지금. 나는 여전히 양평의 그늘에서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고 있는 것 같기만 하다.

여유에 대해서

삶에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남부럽지 않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만족의 최고점에 이르러 남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순간일까?

아들이 1주일 동안 아펐다. 아내는 매일 오후에 잡혀있는 레슨 스케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나와 율이 단 둘이서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첫 날은 카봇 동영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단기간 동안에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일 뿐 좋은 선택은 될 수 없었다.

간간히 산책을 나가더라도 율이 안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만족시키거나 채울 수 없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작정 가보자였다.

레슨이 끝난 아내를 차에 태우고, 정처 없이 친구가 권해 준 곳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 율이가 잠들면 모든 계획을 망치는 것이기에 신나는 카봇 주제곡으로 흥을 돋우고, 아내는 쉬지않고 율이의 흥에 장단을 맞춘다.

도착한 곳은 경인 여객터미널.

휑한 곳에 배와 물이 어우러져 있고, 인적이 드물어 율이가 뛰며, 소리지르기에는 적합한 것 같았다.

24층 전망대에 올라 탁트인 공간을 보며, 안도의 한쉼을 내쉬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갈매기를 구경할 때 센스가 넘치는 아내는 근처 편의점에서 율이가 마실 음료와 새우깡 하나를 가방에 넣어서 나온다.

새우깡을 꺼내는 순간. 모든 갈매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고, 나는 그 많은 새우깡 중에 하나를 꺼내 이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율이는 떠날 때 보다 더 들뜬 목소리로 갈매기에게 새우깡 준 이야기를 쉬지 않고 말하다 잠이 들었고, 아내는 내게 고생했다는 수고의 말을 전한다.

다른 아빠들처럼 가지고 싶은 것을 많이 사주는 아빠도 아니고, 남들 처럼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는 아빠도 아니건만…

아들의 모습에서 괜한 걱정과 미안한 마음은 없고, 고맙고, 행복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잠들기 전 엄마에게 “율이 오늘 행복해요.”라며 말하는 아들.

내게는 인생이 복잡한데 아들의 행복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불안함을 넘어서는 그것은…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것들의 회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다. 그러나 아들을 보며 다시금 자세를 바로 잡아 본다.

“행복은 의외로 단순하다.”

새우깡 먹는 갈매기

권율 아기 학교 동영상

2014년 여름.
아내와 나에게는 독특한 철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남의 손에 아이를 키우지 말자!였다.
물론 아내와 나 둘다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존재는 부모라는 사실이었다.

작년 여름에는 특별히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 할 것 같아서 율이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아내와 나는 이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덕분에 율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어린이 집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 집에 위탁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도 적어도 율이가 완전히 대화가 가능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표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우리가 같이 있어주기로 결정 했고, 그렇게 함께 보낸 4년이기도 했다.

이제 율이는 어린이 집에 가고, 다녀와서 우리에게 무엇을 했는지 노래와 춤 때로는 알 수 없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끔은 율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으면, 율이는 벌써 친구가 보고 싶다며 ‘내일은 꼭 가고 싶다.”고 말한다. 벌써 부모의 곁을 떠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일까? 아내와 나는 아주 짧은 찰라의 순간에 섭섭함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 성장하는 율이가 고맙기만 하다.

다른 아이들처럼 장난감을 사 달라고 마트에 눕지 않고, 엄마가 해주는 간식과 밥 그리고 된장국을 좋아라 하는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너는 하나님이 아빠에게 보낸 선물이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