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성장 일기 1

여전히 내 눈에는 아가같은 율이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주일.

방송실에서 함께 고생하는 지체가 하반신 마비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배가 끝나고 율이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중환자실이라 면회가 제한적이라 얼굴만 보고 나와 주차장을 향하는데..

율이가 내게 묻는다.

“아빠! 삼촌 많이 아파요?”

“아빠는 잘 모르겠어. 율이가 아빠랑 같이 기도할까? 삼촌 빨리 병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그러자 율이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대답한다.

“삼촌이 너무 불쌍해요! 아빠 삼촌 위해서 우리 오늘 꼭 기도해요.”

내 눈에는 아직도 아가 같은데…. 이 아이는 마음과 생각이 벌써 누군가를 걱정할줄 아는 만큼 성장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과자를 한껏 먹고, 쓰레기를 아빠에게 건네주는 오만방자한 행동을 하지만 행동과 다르게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만 하다.

아이는 그 생각과 감정을 한껏 키워가고 있는데 아비인 나의 시간은 멈춰있는 착각 속에 산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지만 내 생각과 감정은 지금 보다 더 어린 시절의 아이만 기억하려는 것 같다.

그 제한을 부수는 순간이 율이와 내가 마시지 않는 술이라 하더라도 한잔 받아 놓고 인생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더 많은 요즘이다.

여유에 대해서

삶에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남부럽지 않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만족의 최고점에 이르러 남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순간일까?

아들이 1주일 동안 아펐다. 아내는 매일 오후에 잡혀있는 레슨 스케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나와 율이 단 둘이서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었다.

첫 날은 카봇 동영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단기간 동안에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일 뿐 좋은 선택은 될 수 없었다.

간간히 산책을 나가더라도 율이 안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만족시키거나 채울 수 없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작정 가보자였다.

레슨이 끝난 아내를 차에 태우고, 정처 없이 친구가 권해 준 곳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 율이가 잠들면 모든 계획을 망치는 것이기에 신나는 카봇 주제곡으로 흥을 돋우고, 아내는 쉬지않고 율이의 흥에 장단을 맞춘다.

도착한 곳은 경인 여객터미널.

휑한 곳에 배와 물이 어우러져 있고, 인적이 드물어 율이가 뛰며, 소리지르기에는 적합한 것 같았다.

24층 전망대에 올라 탁트인 공간을 보며, 안도의 한쉼을 내쉬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갈매기를 구경할 때 센스가 넘치는 아내는 근처 편의점에서 율이가 마실 음료와 새우깡 하나를 가방에 넣어서 나온다.

새우깡을 꺼내는 순간. 모든 갈매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고, 나는 그 많은 새우깡 중에 하나를 꺼내 이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율이는 떠날 때 보다 더 들뜬 목소리로 갈매기에게 새우깡 준 이야기를 쉬지 않고 말하다 잠이 들었고, 아내는 내게 고생했다는 수고의 말을 전한다.

다른 아빠들처럼 가지고 싶은 것을 많이 사주는 아빠도 아니고, 남들 처럼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수 있도록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는 아빠도 아니건만…

아들의 모습에서 괜한 걱정과 미안한 마음은 없고, 고맙고, 행복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잠들기 전 엄마에게 “율이 오늘 행복해요.”라며 말하는 아들.

내게는 인생이 복잡한데 아들의 행복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불안함을 넘어서는 그것은…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것들의 회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다. 그러나 아들을 보며 다시금 자세를 바로 잡아 본다.

“행복은 의외로 단순하다.”

새우깡 먹는 갈매기

율군의 “흥”

오랜만에 Logic X 에서 노래나 만들어 볼까 싶어서.. 이것 저것 적용해 보던 순간이었다.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율이의 흥이 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아들은 소리를 지른다.

어이쿠! 우리 집에 3층 또는 4층이었다면…

싸움 날 뻔 했다.

율이의 흥! 이건 분명… 엄마의 유전자에서 시작된 것이다. 내꺼는 DNA에 이런 흥은 존재하지 않아라고 쓰고 도망치듯 업데이트 해 본다.

기도하는 권율

2015년 부터 율이와 함께 저녁 마다 성경 한 장을 읽고, 기도하는 형식의 가족 예배를 드리고 있다.

외출했다가 부득이하게 일정이 늦어지면 잠자리에 들면서 기도를 하더라도 포기 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일종의 원칙으로 정해 놓고, 내가 지치면 아내가 힘을내서 지켜내고 있다.

그런 율이와 어제 함께 예배 드리는 순간.

율이는 사진과 같이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기도를 하다가 깜짝 놀라고, 아내는 부랴 부랴 아이폰을 꺼내서 사진을 남겼다.

어찌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을 율이의 행동을 통해서 깨우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힘들 때 마다 율이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엄마! 기도해 주세요.”

그래서 아내는 어린이집을 갈 때 마다 기도해 준다고 한다. 그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돌아 온다.

시편은 이렇게 말한다.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수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시편 8편 2절.

기도하는 권율

권율 아기 학교 동영상

2014년 여름.
아내와 나에게는 독특한 철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남의 손에 아이를 키우지 말자!였다.
물론 아내와 나 둘다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존재는 부모라는 사실이었다.

작년 여름에는 특별히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 할 것 같아서 율이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아내와 나는 이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덕분에 율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어린이 집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 집에 위탁하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도 적어도 율이가 완전히 대화가 가능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표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우리가 같이 있어주기로 결정 했고, 그렇게 함께 보낸 4년이기도 했다.

이제 율이는 어린이 집에 가고, 다녀와서 우리에게 무엇을 했는지 노래와 춤 때로는 알 수 없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끔은 율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으면, 율이는 벌써 친구가 보고 싶다며 ‘내일은 꼭 가고 싶다.”고 말한다. 벌써 부모의 곁을 떠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일까? 아내와 나는 아주 짧은 찰라의 순간에 섭섭함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 성장하는 율이가 고맙기만 하다.

다른 아이들처럼 장난감을 사 달라고 마트에 눕지 않고, 엄마가 해주는 간식과 밥 그리고 된장국을 좋아라 하는 아들.

고맙고 사랑한다. 너는 하나님이 아빠에게 보낸 선물이야. 고마워!